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바르나시의 강가강












여행안내 책자 말대로라면,
새벽 4시의 바르나시는 신비스럽고 고즈넉하게, 한번도 본 적 없는 슬프고도 아름다운 눈으로 천년의 역사를 이야기해줘야 했다.
그렇지만 역에서 내리자마자 우리를 반겨준 건 이른 새벽부터 돈을 벌러 나온 릭샤꾼과 장사치들이었다.
14시간동안 새벽을 달려와 비몽사몽인 통에 일행들은 값도 흥정하지 않고 릭샤 한대를 잡아 탔다.

- 촉(교차로란 뜻의 힌디어)으로 가자

- 어젯 저녁 힌디와 무슬림이 전쟁을 해서 사람이 많이 죽었다, 지금은 폐쇄되어 갈 수가 없다, 내가 잘 아는 호텔로 데려다 주겠다

대부분의 릭샤꾼들은 호텔이나 레스토랑으로 여행객을 안내하고 소개료를 받는다.
초행길인 여행객들은 이들의 표적이 되기 십상이다.
가까운 거리를 돌아가거나 시설에 비해 턱없이 비싼 호텔에 데려다 줄 수 있기 때문이다.
'좋은 데로 갑시다, 기사양반이 소개해 주시지요, 어디 좋은 호텔 없습니까?' 등의
현지해결법보다는 사전 정보에 의존하는 방법을 권하고 싶다. '아, 그 호텔이요? 어제밤 홍수가 잘 수가 없어요.
불이 나서 없어졌다우' 릭샤꾼이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이야기한다고 치자. 그말이 거짓말일 확률은 99.9%다.  

고대해 마지않던 바르나시와의 첫 만남이 고작 고집센 릭샤꾼과의 실랑이라니! 내리겠다고 엄포를 놓은 다음에서야,
릭샤꾼은 우리가 묵을 샨티 유스호스텔로 들어가는,
그 문제의 복잡미묘한 미로 어귀에 우리를 내려주고 부릉부릉 떠나버렸다.

배낭족들에게 복잡하기로 악명높은 골목. 강가(ganga)강으로 향하는 수십갈래의 좁은 미로는
결국 강가강과 화장터 가트에 이르러 모인다.
이른 새벽이라 지나는 행인도, 문을 연 상점도, 가로등도 하나 없는 좁은 골목을 얼마나 헤맸을까.
머리가 긴 노인을 만나게 되었다. 우리의 목적지를 묻자,
노인은 대답은 커녕 한 걸음 멈춰서는 법도 없이 가던 길을 천천히 걸어가는 것이다.

- 쳇. 길 알려주는 게 뭘 그리 어렵다고! 기다보면 강가가 나오겠지.

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노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. 모퉁이 몇 개를 지났을까.
노인이 아주 잠깐 멈춰 섰다. 뒤따라가던 우리도 멈춰섰다. 바로 그때 샨티 유스호스텔이 눈에 들어왔다.
노인은 여전히 그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모퉁이를 돌아가고 있었다.
아마도 노인은 그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우리에게 길을 안내해 준 것이리라.  

운이 좋았는지 우리는 강가강이 훤히 내다보이는 창가의 방을 얻었다.
그리고 창 너머! 석조 건물에 하나씩하나씩 초가 켜지는 풍경, 천년 된 고대도시는 그렇게 느릿느릿하고
고즈넉하게 눈을 뜨고 있었던 것이다. 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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제목: 바르나시의 강가강


사진가: 100.0/해정 * http://www.ye23.com

등록일: 2007-02-11 00:31
조회수: 634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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